멀리서 언뜻 보면 에스키모 얼음집 같기도 하고 관측소 같은 특수 기지 같아 보이기도 한다.
멀찌감치 바다가 보이고 보리밭이 드넓게 펼쳐진 한적한 곳에 최정부 · 최서윤 부부의 옴니돔(Omni Dome) 하우스가 있다.
돔 형태의 구조물이 세 동 나란히 연결되고 각 동을 기능별로 분리했다.
각 동 연결부에는 방문을 설치해 공간별 독립성을 살렸고 돔 천장 덕분에 실내는 아늑한 기운이 감돈다.
건물 외관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원시시대 수목樹木텐트나 아프리카 원주민의 벌집형 주택처럼 자급하는 원시 주거양식을 떠올리게 하나 외부 환경에 저항력이 강한 첨단 소재와 간단한 조립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그런 첫인상을 무색케 한다.
사다리, 렌치, 스크루드라이버 그리고 메뉴얼만 있으면 일반인도 조립 가능하다는 옴니돔하우스를 찾아가 봤다.
제주도는 따듯한 계절이면 화사한 유채꽃의 노란 물결이 섬에 취하게 하고
오색 찬연 풀꽃들이 고개 숙인 서늘한 계절이면
오름, 도롯가 할 것 없이 억새가 지천으로 너울대 보는 이의 가슴을 둥둥 때린다.
육지 사람이 보기에 섬 전체가 아름다운 낙원이다.
제주자연의 유혹에 한번 홀리게 되면 그 때부터 ‘제주에 가 집 짓고 살아야지’하는 속말이 주문처럼 된다.
젊은 시절 서울에서 의류 디자이너로 활동한 최정부(68세) · 최서윤(57세) 부부는 제주도 대형 백화점에 제품 납품을 위해 제주도를 자주 다녀갔다고 한다. 15여 년 전 시작된 제주와의 인연이다. 일 때문에 왔다 잠시 보고 떠나는 섬이었지만 자주 드나들다 보니 정이 들고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싹텄다. 부부는 퇴직 후 전원으로 들어올 계획을 잡은 후 서울 집을 정리하고 제주로 내려왔다. 해안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 저녁이면 노을이 아름답게 내려앉는 서녘에 보금자리를 정했다.
“돔하우스로 정한 건 시공기간이 짧고 집 짓기가 아주 간단하다는 장점 때문이었어요.
당시 집을 빨리 짓고 싶었거든요. 게다가 비용이 저렴하고 손쉽게 해체해 이동 후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끌렸어요. 이색적이면서 실용적이라 우리 부부에게 적합했지요.”
시공이 간단할 뿐 아니라 외부를 물과 세제로 세척하면 돼 관리 면에서도 간편하다고 한다.
“이곳은 해풍이 심해 건물을 올리려면 재료 사용과 지붕 형태 등 따져야 할 것이 많아요. 집을 짓기 전에는 실감 못했는데 심한 해풍이 불어 닥칠 때면 돔하우스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곡면인데다 재료가 악천후에 피해 없도록 설계됐거든요. 바람은 둥근 지붕을 유연하게 타고 넘어가고 비는 표면에 흡수되지 않으며
눈이 와도 지붕에 쌓일 염려가 없으니 제주도에 딱인 집이지요.”
건축정보
· 위 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
· 부지면적 : 660.0㎡(200.0평)
· 건축면적 : 82.5㎡(25.0평) : 옴니돔 3동(9평×2 + 7평)
· 건축형태 : 옴니돔 패널 조립
· 내부마감 : 합판
· 바 닥 재 : 합판 위 카펫
· 난방형태 : 라디에이터
· 식수공급 : 상수도
· 시공비용 : 약 6,000만 원
· 설계 및 시공 : 휴먼앤스페이스 / 0505-771-0808 / www.omnidome.co.kr
비행기 날개 소재 21개 패널로 간단하게 조립
최정부 씨 부부가 사는 집은 둥근 곡면을 가진 돔(Dome) 건물 세동이 연결된 형태다.
침실과 거실 두 동은 9평짜리, 가운데 놓인 주방/식당/욕실은 7평짜리 돔 건물로 각 공간은 문을 통해 연결된다.
돔형태의 천장 덕분에 실내는 아늑한 느낌이 감돈다.
무골조의 돔하우스는 강화 플라스틱(FRP : Fiberglass Reinforced Plastic) 소재 패널 21개를 조립하는 방식으로 9평 기준으로 4시간이면 조립이 끝나고 세 동을 조립하는 데 총 3일 걸렸다고 한다.
최정부씨 집처럼 세 동을 세우기 위해 기초 공사와 각종 설비 · 배관 등 마무리 공사까지 한 달 내외 완료 가능하다.
미국에서 특허 출원한 돔하우스를 국내 공급하는 휴먼앤스페이스 서성진 대표는
“21개 패널은 비행기 날개 등에 사용되는 소재로 만들어져 열악한 기후 조건에서 강한 저항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돔하우스를 구성하는 패널 단면을 보면 바깥쪽부터 강화 플라스틱 FRP-폴리우레탄 단열재(Polyurethan Insulation)-강화 플라스틱으로 구성된다. 패널 자체가 단열, 흡음 성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으며 내부에는 퍼라이트 폼(Perlite Foam)을 시공하기에 상주용이 아니거나 추위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지역에서는 추가 단열 시공이 불필요하다.
3년째 돔하우스에서 거주하는 최정부 씨 부부는 월동 준비로 내부 단열재와 마감 시공을 새로 하는 중이었는데 기자가 방문한 날은 합판 시공까지 마친 상태였다. 열반사 · 방습 · 방수 등 다층 복합기능의 ‘슈퍼온도리’설치 후 스티로폼 설치하고 그 위에 합판 시공했다. 보통 비상주용인 경우에는 퍼라이트 폼 위에 핸디코트로 마감한다고 하며 외부는 흰색의 패널을 그대로 두기도 하고 다른 색상의 페인트를 칠하기도 한다. 바닥은 스티로폼으로 단열 처리하고 그 위 합판 설치 그리고 카펫을 깔았다.
바닥 난방을 하지 않고 방마다 라디에이터를 두고 한겨울을 난다고 한다.
미국 LA에는 청소년 캠프 및 이재민 숙박시설용 20동 규모의 옴니돔하우스 빌리지가 있고 국내서도 리조트, 농촌체험마을, 교육센터, 세컨드하우스 등의 다양한 용도로 옴니돔하우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옴니돔하우스를 모방한 유사 제품도 나왔으나 기술력 부족 등으로 실패하기 일쑤였다는 최서윤 씨의 말을 듣고 보면
모양과 짓는 방법은 단순해 보여도 그 공법의 기발함과 치밀함은 함부로 봐선 안 되겠다
글 박지혜 기자 사진 서상신 기자